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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피스 결말 그녀는 왜 변했을까

이 영화는 각 개개인의 일상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병국 과장은 늘 삶이 고단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있습니다. 그의 아들은 몸이 좋지 않아서 늘 아파서 김 과장은 항상 모든 신경을 아들에게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삶의 행복의 질이 아들에게 달려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아들의 컨디션이 좋은 날은 그 역시 기분 좋은 날로 회사에서의 일이 잘 풀리는 것 같고, 반대로 그의 아들이 몹시 아픈 날은 그 역시 회사에서의 삶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느낌입니다. 즉, 그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는 아들의 몸 컨디션입니다.

달라진 그 남자

이렇게 아들 위주의 삶을 살다 보니 김병국 과장은 직장에서는 동료들에게 융통성이 없어 보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지만, 그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워낙 없다 보니 직장에서 종종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고, 이런 모습이 동료들에게는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장 동료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왕따 시키면서 회사에서는 김 과장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굳은 결심을 한 것처럼 집으로 들어가더니 집에서 아픈 아들과 자신의 부인을 죽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회사로 돌아옵니다.

죽임 당하는 직원들

망치를 든 김 과장이 자신의 가족들을 죽이고 난 뒤 회사로 돌아오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집니다. 갑자기 공포 분위기로 변하면서 회사에 있었던 직장 동료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사라진다는 표현보다는 하나씩 죽게 됩니다. a라는 사람이 죽게 되면 그다음 b 사람이 죽게 되고, 이런 식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죽임을 당하면서 회사에 남아있는 직원들은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이런 무서운 상황에서 우리는 이 영화에 나오는 이미례 인턴의 삶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례의 삶

이미례는 이 회사의 인턴입니다. 그녀에게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회사 정규직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늘 물심양면으로 일을 합니다. 정규직만 된다면 그녀에게는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녀를 보면서 김 과장은 어느 날 자신의 서랍을 열어보라고 합니다. 그 서랍 속에는 칼이 들어있었고, 김 과장은 이미례에게 언젠가 그 칼을 사용하게 될 날이 있을 거라는 무언의 말을 합니다. 영화를 볼 때는 김 과장의 대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감독은 어쩌면 이 장면을 관객들로 하여금 복선의 메시지를 심어 놓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진범은 누구일까

이 영화는 김 과장을 중점으로 보여주므로 처음에는 회사 동료 직원들을 죽이는 진범이 김 과장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가족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난 뒤, 망치를 들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김 과장의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 과장만 들여다보게 된다면 우리는 진범을 놓치게 됩니다. 좀 전에 언급했던 김 과장과 이미례의 대사에 주목해야 하며, 특히 이미례가 쥐고 있는 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범은 그녀

직장 동료들을 무참히 죽인 사람은 김 과장이 아닌 이미례였습니다. 이미례는 정규직이 되고 싶었지만, 그녀가 경쟁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인턴이 회사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녀는 자신이 회사를 위해 모든 일을 하며 희생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과는 다르게 회사는 새로운 인턴을 다시 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이 회사에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김 과장이 이야기했던 칼이 떠오릅니다. 김 과장의 서랍에서 그 칼을 꺼내고 그녀는 자신의 정규직 희망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동료들을 하나하나 없애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당장의 목표가 눈앞에 사라지게 됐으니 그녀는 눈에 뵈는 게 없던 셈입니다. 김 과장에게 주목했지만, 알고 보니 김 과장은 자신의 가족들을 죽이고 난 이후 자신 또한 회사로 돌아와서 생을 마감했던 것입니다.

누구든 변할 수 있다

가끔씩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평소에는 조용했던 성격을 가진 사람이 한순간 괴물로 변해서 주변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는 기사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인터뷰를 하면 대부분 평소 조용했던 사람이라고 말하거나 남을 배려했던 사람이라는 표현 등으로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어쩌면 악한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이 이 영화에 나온 이미례 역시 정규직 희망을 품고 회사에 다닐 때는 그녀 역시 직장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는 여성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랬던 그녀 역시, 자신의 희망이 짓밟히게 되자 그녀 내면에 있던 악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이면서 인간이 어떻게 무섭게 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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